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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찬물에 탄 니코틴 먹을 수 있나, 직접 해보니 불가능”

[인터뷰] “찬물에 탄 니코틴 먹을 수 있나, 직접 해보니 불가능”

‘남편 살해 30년 징역’ 무죄 받은 부인과 변호인 만나 들어본 사건의 진실

남편이 집 앞에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은 한순간에 유력 살인 용의자로 지목됐고 검찰은 그를 기소해 법정에 세운다. 우발적 자살인가 계획된 살인인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치열하게 맞붙는다. 최초이자 유일한 목격자는 어린 시각장애인 아들. 결국 증언대에 선 아들이 ‘아버지가 사망 전 자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증언하며 부인은 혐의를 벗고 무죄를 선고 받는다. 202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추락의 해부》의 줄거리다.

최근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이른바 ‘경기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이다. 집 안 현관에서 급성 니코틴 중독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남편. 이를 처음 발견한 부인 A 씨는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을 먹여 남편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023년 7월 27일 대법원이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추가 심리가 가능해 보인다”며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사건의 흐름은 뒤바뀌었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B 씨의 사망 경위나 피고인의 범행 실행 및 준비 정황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B 씨의 사체에서 치사량의 니코틴이 검출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낼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제시된 간접증거들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지만 제시된 간접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가 전자담배 흡연자로 평소 액상 니코틴 용액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살해 수단으로 준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니코틴을 이용한 살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선 니코틴의 치사량, 시중에서든 불법적인 경로로든 구할 수 있는 니코틴 원액 내지 희석액의 농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를 만한 투입량, 투입 방법 등에 대한 정보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지만 수사기관은 A 씨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계획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살해에 직접 사용된 니코틴 원액이나 도구가 특정되거나 그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A 씨가 B 씨 사망 직후 스스로 수사기관에 부검을 요청해 구체적인 사망원인이나 경위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점 △B 씨 사망 직후 경찰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니코틴 관련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대로 갖고 있었던 점 등도 감안했다.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4번의 공판을 거쳐 지난해 2월 2일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은 “B 씨가 먹은 흰죽과 찬물에 다량의 니코틴이 있었다면 니코틴의 강한 맛을 느끼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여러 증상이 발현되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B 씨의 방안을 비롯한 사건 현장에서는 B 씨가 A 씨가 준 흰죽과 찬물을 먹은 직후 A 씨에게 저항하거나 구토 등 반사 반응을 일으키거나 구호요청을 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원인에 밝혀지지 않은 B 씨에 의한 다른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사정”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4일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A 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확정했다.

살인 혐의로 중형이 선고됐다가 상고심에서 뒤집혀 무죄가 확정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무죄를 확정받은 지 한 달. A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의 변호인들은 어떻게 무죄를 이끌어냈을까. 법률신문은 지난달 A 씨와 배재철(67·군법무관 8회)·이하얀(35·변호사시험 7회)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배 변호사는 이 사건에 상고심부터 변호인으로 선임돼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담당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부터 합류해 재상고심까지 2년 6개월간 A 씨를 변호했다.

A 씨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통틀어 2년가량을 구속 상태로 지냈다. 서울 서초동 배재철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난 A 씨는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지만 두렵고 무섭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 지하 주차장 차 안에 앉아 마스크를 꼈다가 벗고, 모자를 썼다가 벗을 정도로 많이 망설였다”면서도 “결백하고 당당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고민 끝에 어렵게 인터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하 일문일답.

 

 

– 2021년 11월 말 구속기소된 뒤 2024년 12월 말 재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무죄를 확정받고 어떤 심경이었는지.

(A 씨) 무죄가 확정되고 모든 게 끝나면 억울함이 풀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많이 힘들다. 수사와 재판을 겪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주치의 선생님도, 변호사님도 모두 ‘아무도 모른다, 이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자’며 나를 안심시키셨지만 여전히 두렵다. 형사 피고인이 돼 겪게 될 줄 몰랐던 일들을 겪고 나니 세상이 무섭고 원망스럽다. 1심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친정 아버지가 이 사건의 충격으로 돌아가셨는데 임종도 못 지켰다.

(숨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초등학생이다. 아이가 더 크면 엄마가 이런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될까 가장 무섭다. 학부모들을 만나도 ‘내가 누군지 알지 않을까’ 걱정하고, 갑자기 집으로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항상 살고 있다. 무죄가 확정되고 나서 ‘경찰과 검찰에서 내게 사과를 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더라.

사실은 이 사건이 세상으로부터 아예 잊혀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처럼 억울한 사람이 더 나와선 안 된다는 생각에 언론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사건을 다룬 기사, 유튜브 영상엔 아직도 내가 범인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범인이 맞는데 변호사를 잘 써서 풀려났다, 판사가 판결을 잘못해서 풀려났다’는 거다. 언론들도 수사기관 발표 자료를 복사, 붙여넣기 하듯 기사를 쓰고 가장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부분만 확대해 기사를 낸다. 정작 왜 내게 무죄가 선고됐는지,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일부 악성 유튜버들은 악의적으로 사실을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고 내가 이미 수억 원의 보험금과 형사 보상금을 받았다, 돈방석에 앉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변호사 수임료도 다 못 낼 정도로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 그 정도로 살기 힘든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악성 댓글과 유튜브 영상에도 반박하고 싶었다.

 

 

–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억울했나. 또 변호인들이 보기에 수사와 재판 과정은 어땠나.

(A 씨) 경찰, 검찰에서 모두 무리하게 수사를 받았다. 남편이 사망한 뒤 부검 결과가 나왔는데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해야 하니 오라고 하더라.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보려나 보다’하고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는데 10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렇게 참고인 조사만 총 4번을 받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나를 범인이라 상정하고 참고인 조사를 한 것 같다. 피의자로 전환된 뒤에도 불려가 2, 3번을 더 조사 받았다. 나중에 변호사님에게 물어보니 저보다 더 범죄 혐의가 확실한 사람들도 경찰에서 이렇게 6, 7번씩 조사를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하더라.

조사를 받을 때 담당 경찰로부터 ‘우리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벌거벗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경찰에선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부분 부분 짜깁기해서 억지 주장을 폈다. 유치장에 갇혔을 때는 내가 아무도 만나지 못하도록 접견 금지 조치를 내리더라. 인권 침해적 사안이라 생각해 인권위원회에 신고를 했더니 가족의 접견만 일부 허용해주고 여전히 외부인 접견은 막았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렇게 이상한 일이 많았지만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경찰 조사를 버텼는데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에서도 피의자 조사만 5, 6번 받았다. 원하는 답을 할 때까지 나를 놔두지 않더라. 강도 높은 조사 탓에 나중에는 ‘아 내가 내가 살인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세뇌됐다. 나중에 구치소에서 검찰 공소장을 처음 봤는데 어느 하나 맞는 부분이 없었다. 직접 빨간 펜을 들고 아닌 부분을 하나하나 다 표시했을 정도다.

1심과 항소심 재판 중에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도 수 차례 이뤄졌다. 일례로, 1심 첫 공판 때는 미숫가루에 꿀을 왜 탔는지를 두고 집요하게 신문이 이뤄졌는데, 한 탐사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내가 남편이 죽기 전 미숫가루와 햄버거뿐 아니라 흰죽과 찬물을 먹인 정황도 중요다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 공판에서는 검찰 공소장이 남편이 사망 전 마지막으로 먹은 흰죽과 찬물에 니코틴이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배재철 변호사) 공소장 변경은 파기환송심 공판 때도 이뤄졌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 부분인 미숫가루는 제외하고 ‘찬물, 흰죽에 니코틴을 섞여서 죽였다’는 게 바뀐 공소장의 요지였다. 보통 공소장은 검사의 최종 수사 결과를 종합해서 재판부에 ‘해당 혐의에 대해 벌해달라’고 요청하는 문서이지 않나. 그런데 공소장이 여러 번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검찰 수사가 이미 짜놓은 방향에 맞춰 진행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경찰, 검찰 모두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보단 조직을 위한 측면에 치중해서 수사와 공소 유지를 했다고 본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A 씨가 내연남인 C 씨와 공모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이들이 범행을 공모했다는 증거를 한 줄도 찾지 못했다. 경찰에선 C 씨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반응 검사까지 실시했지만 ‘진실 반응’이 나오자 C 씨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초 경찰은 A 씨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해서 A 씨가 동의를 했다. 하지만 C 씨의 검사 결과 진실 반응이 나오자 갑자기 A 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는 돌연 실행하지 않고 수사를 강행했다.

(A 씨) 수사기관에서 하도 내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부분 부분 짜깁기 해 억지를 부리니, 내가 내 휴대전화를 직접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기기도 했다.

(이하얀 변호사)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B 씨가 생존했을 당시 채혈한 혈액을 확보하지 못해 B 씨 사망 이후 병원에서 폐기 처분이 됐고, B 씨가 음용한 니코틴의 양과 A 씨가 소지한 니코틴의 양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수사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안과 전혀 관계 없는 A 씨의 진술이 범죄의 주요 근거가 되는 등 불충분한 수사로 인해 A 씨가 무고하게 재판을 받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 파기환송심에서 변호를 맡아 1심과 항소심 징역 30년이 나온 사건을 무죄로 뒤집었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변론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하얀 변호사) 수사기관은 수사 당시부터 공소제기 이후까지 B 씨의 체내에서 검출된 니코틴이 A 씨가 구입한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한 바가 없었다. 이에 우리는 파기환송심에서 A 씨가 구매한 니코틴의 사용량과 B 씨의 혈중 니코틴 농도를 비교해 A 씨가 소지한 니코틴으로는 B 씨의 혈중 니코틴 농도에 이를 수 없음을 입증해 객관적으로 A 씨가 B 씨를 살해할 수 없었음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니코틴의 맛과 향으로 인해 니코틴을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신이 있는 사람에게 이를 모르게 음용하도록 할 수 없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기 위해 직접 니코틴을 구입해 먹어보기도 했다. B 씨가 음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니코틴의 양은 2000mg이었는데, 극소량인 2mg의 니코틴만으로 실제 쓴 맛이나 따가운 맛 등이 느껴진다면 B 씨 몰래 고함량의 니코틴을 찬물 등에 타서 마시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살인 도구로 지목되는 니코틴을 직접 맛본다는 것이 처음에는 꺼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체에 무해한 극소량의 니코틴만 직접 경험해보기로 하고 음용한 결과, 시중에 파는 니코틴 껌보다 훨씬 심한 쓴 맛과 아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범행 방법으로 지목된 찬물에 니코틴을 희석해 맛보고, 찬물보다 훨씬 맛이 강한 된장찌개에도 니코틴을 희석해 맛본 결과 공소사실과 같이 찬물에 니코틴이 들어있었다면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치사량에 이르기까지 섭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같은 내용을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의견서로 제출했고, 재판부에서 해당 의견을 심도있게 받아들여 주셔서 법정에서 전자담배 액상 니코틴을 증거로 제출하고, 판사님들과 검사님이 실제로 소량의 니코틴을 맛보는 진풍경이 펼쳐질 수 있었다. 재판부의 열린 심리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었다.

(배재철 변호사) 살인죄에서는 범행 동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A 씨에겐 살인을 감행할 만한 명백한 동기가 없었다. 수사기관에서는 ‘남편 명의의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방향으로 사건을 몰고 갔다. 그런데 그 보험이라는게 2011년 가입된 1억 원짜리, 2012년 가입된 6000만 원짜리 2건뿐으로, 금액이 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반 상해, 질병 사망 관련 손해보험으로 자살했을 경우엔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또 A 씨가 먼저 사망 보험금 청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그리고 A 씨를 만나 쭉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A 씨는 약간 덜렁대는 성격으로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만큼 치밀하고 악랄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 여기에 △2021년 5월 27일 새벽 B 씨가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평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점 △사망 전날 밤 B 씨가 배탈이 났을 때도 A 씨가 직접 119 구급차를 불러 아이까지 데리고 응급실에 갔던 던 점 등을 보면 갑자기 다음날 새벽에 B 씨를 죽였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봤다. 형사사건에서 모든 행위는 상식에 비추어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상식을 벗어나는 판단이 곳곳에 너무 많았다. 저는 상고심에서부터 이러한 상식에 맞춰서 변론을 했을 뿐이고 우리의 상고이유에 대해 대법원에서 잘 판단을 해주셨다.

 

 

– 살인 혐의와는 별개로, 사망한 남편 명의로 3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A 씨)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할 말이 없다.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 맞다. 그 처벌을 제가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소심에서 잠시 보석으로 풀려났을 때 그 금액은 바로 모두 변제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씨)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제 편을 들어주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써준 분들이 많다. 변호사님들도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이 사건을 맡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맡아주셨다. 백태선 경희대 한의대 교수님, 권준택 순천향대 교수님 등 의사분들도 법원에 의견서를 내주셨는데, 상고심에서 모두 힘을 합쳐주신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평생 갚을 게 많으니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겠다.

(배재철 변호사) 25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건을 접했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 변론을 맡고 두려울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상고심을 앞둔 2023년 당시 A 씨는 39살이었다. 만약 징역 30년이 확정되면 70살에 출소하실 것이란 생각을 하니 내가 다 어질어질하더라. A 씨 본인이 너무 억울하다며 직접 ‘공소사실의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메모를 해주었고, 상고 이유서에도 이를 반영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

(이하얀 변호사) 무죄가 확정돼 의뢰인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의뢰인과 2년 반 동안 함께 노력해 얻은 값진 결과이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사건을 통해 변호사로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의뢰인을 믿고 다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